2026년 3·1절, 고양의 한 아파트 단지 5,000여 세대를 눈으로 세어 보니 태극기를 단 집이 27집이었습니다(경기도뉴스포털 도민기자 조사). 같은 날 인천 검단 5개 단지도 약 1%였습니다. 오늘 개천절, 우리 동네는 어떨까요.
이 글은 카드뉴스에 담지 못한 숫자들을 풀어 놓은 자료입니다. 설문과 실측이 왜 이렇게 다른지, ‘전국 게양률’은 왜 아무도 모르는지, 그리고 태극기를 나눠 준 춘천에서 벌어진 일까지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한눈에 보기
- ‘국경일엔 태극기를 걸어야 한다’ 75%, 그런데 최근 1년 사이 실제로 건 사람은 47%입니다(한국리서치 2022).
- 광복절에 태극기를 건 20대는 26%. 18~20대의 70%는 최근 1년 한 번도 안 걸었다고 답했습니다.
- 전국 게양률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정부 조사는 2004~2007년(27.6~31.2%)이 마지막입니다.
- 안 단 이유 1위는 ‘집에 태극기가 없어서’ 37%, 2위는 ‘걸 곳이 마땅치 않아서’ 21%.
- 태극기를 나눠 준 춘천은 아파트 게양률이 2025년 3·1절 11.2% → 2026년 광복절 50.2%로 올랐습니다.
① 걸어야 한다 75%, 걸었다 47%

한국리서치가 2022년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었습니다(웹조사, ±3.1%p). ‘국경일과 주요 기념일에 집에 태극기를 걸어야 한다’에 75%가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1년 사이 실제로 걸었다’는 47%였습니다. 마음과 손 사이에 28%p의 간격이 있는 셈입니다.
세대별로 보면 간격은 더 벌어집니다. 2022년 광복절에 태극기를 건 20대는 26%, 30대는 28%에 그쳤습니다. 18~20대의 70%, 30대의 65%는 최근 1년 사이 한 번도 걸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재미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개천절이 태극기 게양일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70%대입니다. 3·1절·광복절·현충일은 95% 이상이 아는 반면, 국군의 날과 한글날은 40%대까지 떨어집니다. ‘걸어야 하는 날인 줄 몰라서’ 안 거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② ‘우리나라 게양률’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실제 게양률은 얼마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전국 단위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행정안전부·e-나라지표·KOSIS·국가기록원 어디에도 ‘연도별 국기 게양률’ 항목이 없습니다. 정부 숫자로 남아 있는 마지막 조사는 행정안전부(당시 행자부)가 2004~2007년 수도권 공동주택 표본지역을 대상으로 한 실측인데, 이마저도 국회 제출자료를 인용한 기사(경기일보 2008)로만 확인됩니다.

그 뒤로는 신문·단체·지자체 도민기자가 특정 지역을 직접 세어 본 사례가 이어집니다. 같은 국경일에도 동네에 따라 1%도 안 되는 곳부터 절반이 넘는 곳까지 편차가 큽니다.
| 언제 | 어디(누가) | 게양률 |
|---|---|---|
| 1991-08-15 광복절 | 서울 개포 공무원아파트 / 서울대 교수아파트(총리실 특감반) | 42% / 6% |
| 1997-08-15 광복절 | 전국 28개 지역 약 4.6만 가구(새마을지도자중앙협의회) | 66% |
| 2004~2005 국경일 | 수도권 공동주택 표본(행안부) | 28.3% / 27.6% |
| 2006-03-01 3·1절 | 고양 일산 6개 동 22,456가구(행안부) | 27.8% |
| 2006-10-03 개천절 | 안산 5개 동 11,575가구(행안부) | 31.2% |
| 2007-08-15 광복절 | 서울 서초구 16,944가구(행안부) | 29% |
| 2013-06-06 현충일 | 세종 첫마을(주민) | 10% 미만 |
| 2019-03-01 3·1절 | 춘천 41개 단지 3,351가구 | 25.3% |
| 2024-03-01 3·1절 | 춘천 41개 단지 3,351가구 | 12.5% |
| 2025-10-03 개천절 | 춘천(태극기게양회) | 29.8% |
| 2026-03-01 3·1절 | 인천 검단 5개 단지 약 5,000세대 | 약 1% |
| 2026-03-01 3·1절 | 고양 주엽·킨텍스 5,000여 세대 | 약 0.5%(27세대) |
| 2026-08-15 광복절 | 춘천 35개 단지 3,060가구 | 50.2% |
행안부 조사(27.6~31.2%)와 최근 신도시 실측(1% 안팎)을 나란히 놓으면 게양률이 극적으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조사한 곳과 방법이 다릅니다. 행안부는 수도권 공동주택 표본지역을 골라 셌고, 검단·고양 조사는 특정 신도시 단지를 육안으로 훑은 결과입니다. ‘우리나라 게양률이 몇 %’라고 잘라 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③ 안 다는 게 아니라, 못 다는 집도 많다
왜 안 걸까요. 한국리서치가 태극기를 안 건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1위는 뜻밖이었습니다.

| 안 건 이유 | 비율 |
|---|---|
| 집에 태극기가 없어서 | 37% |
| 걸 곳이 마땅치 않아서 | 21% |
‘걸 곳이 없다’는 답도 짐작이 갑니다. 아파트 세대 난간에 국기꽂이(국기봉을 꽂는 고정 장치)를 다는 것이 의무가 된 건 1991년입니다. 그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전체의 약 20%, 그리고 외부 난간이 없는 주상복합에는 아예 꽂이가 없습니다(행정자치부 2014, 머니투데이 보도). 현행 주택건설기준 규정 18조 4항도 ‘외기에 닿는 난간이 있는 주택’에만 꽂이 설치 의무를 두고 있습니다.
판매도 얼어붙었습니다. 태극기 유통업계는 “10여 년 전엔 광복절 판매량이 지금의 10배가 넘었다”고 증언합니다. 중국산이 국산(4,000~5,000원)의 3분의 1 값에 들어오지만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뉴스1 2026-08-15). 다만 이 수치는 업계 증언일 뿐, 공식 판매 통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④ 나눠 주니 달았다 — 춘천의 실험
‘집에 태극기가 없어서 못 단다’는 답이 사실이라면, 나눠 주면 어떨까요. 춘천시는 전입 신고·혼인 신고를 하러 온 시민에게 태극기를 무상으로 보급했습니다. 춘천 태극기게양회가 매 국경일 아파트 단지를 세어 본 결과입니다.


같은 춘천도 캠페인 이전에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춘천시학원연합회가 같은 41개 단지 3,351가구를 센 결과, 2019년 3·1절 100주년 25.3%에서 2024년 3·1절 12.5%로 절반 이하가 됐습니다(헤럴드경제 보도). 그러던 것이 무상보급 캠페인 이후 회차마다 오른 것입니다.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경북 칠곡군의 무성아파트는 2025년 3·1절에 192가구 중 188가구(약 98%)가 태극기를 달았습니다(국민일보 보도). 다만 이곳은 지자체가 집중적으로 캠페인을 벌인 단지라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춘천 조사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조사 주체가 학원연합회에서 태극기게양회로 바뀌었고, 대상 단지 수도 41개 → 30여 개 → 35개로 변했습니다. 그럼에도 ‘있으면 단다’는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⑤ 안 달아도 과태료는 없다 — 국기법이 정한 것

대한민국국기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봐도 가정에 벌칙이나 과태료를 매기는 조항은 없습니다. 5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는 선언만 담고 있습니다. 연중 게양 의무가 있는 곳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청사뿐이며(8조 3항), 학교와 군부대는 매일 낮에 걸어야 합니다.
물론 태극기를 훼손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형법 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제거·오욕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안 다는 것과 훼손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 구분 | 규정 |
|---|---|
| 가정 | 의무 없음. ‘존중하고 애호’ 선언뿐(국기법 5조) |
| 국가·지자체·공공기관 | 청사 연중 게양 의무(8조) |
| 오늘(개천절) 거는 시간 | 아침 7시 게양, 저녁 6시 강하(시행령 12조) |
| 거는 위치 | 대문·세대 난간의 중앙, 또는 밖에서 봐서 왼쪽(시행령 18조) |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미국도 강제하지 않습니다. 4 U.S.C. §6(d)는 “국기는 모든 날, 특히 다음의 날에 게양되어야 한다(should be displayed)”고 권고할 뿐입니다. 갤럽이 2026년 6월 미국 성인 1,001명에게 물었더니 국경일 등에 집 밖에 성조기를 건다는 사람은 43%였습니다. 1991년(걸프전 직후) 59%에서 내려온 값이고, 1986년(43%)과는 같습니다. 18~34세 25%, 55세 이상 57%로 세대차도 우리와 비슷합니다.
숫자를 읽을 때 주의할 점
- ‘우리나라 게양률 ○%’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위 표의 값은 지역·시각·방법이 제각각인 사례일 뿐입니다.
- 설문(47%)과 실측(대개 10~30%대)의 차이가 큰 것은 스스로 답한 조사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경향 때문일 수 있습니다.
- 행안부 2004~2007 값은 기사(2008년 경기일보의 국회 제출자료 인용)로만 확인된 숫자입니다. 원자료는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 춘천의 급등은 태극기게양회 자체 분석에 근거한 것으로, 무상보급 정책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태극기부대 이후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했다’ 35% 응답은 이미지 문항이지, 게양률 하락의 원인 지표가 아닙니다.
정리
숫자를 늘어놓고 보면 태극기의 오늘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걸어야 한다는 마음은 남아 있고(75%), 걸 태극기가 없는 집도 많으며(37%), 있으면 다는 사람은 있습니다(춘천 50%). 안 다는 것에 벌칙은 없지만, 오늘이 개천절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아침입니다. 아침 7시에 걸고 저녁 6시에 내려서, 밖에서 봐 왼쪽에. 오늘은 하늘이 열린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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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어썸뉴스 카드뉴스의 조사 원문입니다. 매일 아침 숫자와 근거가 있는 뉴스를 카드뉴스로 전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
출처
- 한국리서치(폴리뉴스 전재) — 여론 속의 여론 — 태극기 인식조사 (2022-09-21)
- 더팩트 — ‘태극기의 명절’ 광복절, 게양률은? (2026-08-15)
- 경기일보 — 국기 게양률 실태조사 국회 제출자료 인용 보도 (2008-08-15)
- 한국일보 — 광복절 개포·서울대 교수 아파트 게양 실태 (1991-08-17)
- 한국일보 — 광복절 국기 게양 실태(28개 지역) (1997-08-16)
- 세종포스트 — 세종 첫마을 현충일 게양 실태 (2013-07-01)
- 헤럴드경제 — 춘천 3·1절 아파트 게양 실태(2019·2024 비교) (2024-03-01)
- 연합뉴스(네이트) — 춘천 태극기게양회 3·1절 실측 (2026-03-01)
- 서플 — 춘천 광복절 아파트 게양률 50.16% (2026-08-15)
- 파이낸셜뉴스(네이트) — 인천 검단신도시 3·1절 태극기 게양 실측 (2026-03-01)
- 경기도뉴스포털 — 고양 주엽·킨텍스 아파트 3·1절 게양 실측 (2026-03-03)
- 국민일보 — 칠곡 무성아파트 3·1절 게양 캠페인 (2025-03-02)
- 머니투데이 — 아파트 국기꽂이 설치 의무화 관련 보도 (2014-12-21)
- 뉴스1(다음) — 광복절 태극기 판매 감소 업계 증언 (2026-08-15)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국기법·시행령, 국경일에 관한 법률, 형법,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현행본 (2026-09-29 조회)
- Gallup — American Pride Falls to New Low(성조기 게양 43%) (2026-06-29)
- Cornell Law School LII — 4 U.S.C. §6 Time and occasions for dis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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