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씨 통계: 성씨 5,582개, 김·이·박·최·정 비율과 본관 수

카드뉴스 표지: 한국 성씨 5,582개인데 다섯 성이 53.7% — 김씨 본관만 1,010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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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이면 한 번쯤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단군의 자손”. 단군 신화는 통계로 증명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만, 성씨와 본관(本貫, 성이 갈라져 나온 시조의 지역)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그림과 실제 숫자가 얼마나 다른지는 보입니다.

이 글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가장 최근의 성씨 집계)를 바탕으로, 다섯 성이 왜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지, 같은 김씨인데 왜 뿌리가 다르다고 하는지, 조선시대에는 정말 누구나 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한 해에 몇 명이 ‘새로운 한국인’이 되는지를 정리한 글입니다.

한눈에 보기

  • 우리나라 성씨는 5,582개(2015)이지만, 김·이·박·최·정 다섯 성이 53.7%를 차지합니다.
  • 1,000명 이상인 성씨 153개가 인구의 99.8%. 나머지 5,050개 성씨는 다 합쳐도 9만 1,107명뿐입니다.
  • 김씨 본관만 1,010개(5명 이상 본관 기준). 김해 김씨(445만 7천 명)도 김씨 전체의 41.7%밖에 안 됩니다.
  • 누구나 성과 본을 갖게 된 건 1909년 민적법부터. 조선 전기엔 노비 등 천민이 대략 절반이었습니다.
  • 지금도 연 1만 명 안팎이 귀화합니다(2025년 1만 1,344명). 새 성·본을 만드는 창성창본 허가는 한 해 6,342건(2025).

왜 성씨 이야기를 꺼내는가

성씨 자료는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통계청은 1985·2000·2015년, 15년 간격으로만 성씨·본관을 집계했습니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등록센서스, 2026-07-28 발표)에는 성씨·본관 항목이 없었고, 표본 결과는 2026년 11월 말에 나올 예정이라 아직 공식 집계는 2015년이 최신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대부분은 2015년 수치입니다. 기준은 총인구가 아니라 내국인 4,970만 6천 명입니다.

다섯 성이 국민의 절반

2015년 기준 김씨는 1,069만 명(21.5%), 이씨 730만 7천 명(14.7%), 박씨 419만 2천 명(8.4%), 최씨 233만 4천 명(4.7%), 정씨 215만 2천 명(4.3%). 다섯 성을 더하면 53.7%(계산)입니다.

이 편중은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상위 다섯 성의 비중은 1985년 54.2% → 2000년 54.0% → 2015년 53.7%(모두 계산)로 30년 동안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김씨의 비중도 21.74 → 21.6 → 21.5%로 사실상 변화가 없습니다. 10대 성씨 순위는 세 번 모두 김·이·박·최·정·강·조·윤·장·임 그대로였습니다.

중국과 비교하면

이웃 나라 중국은 상위 다섯 성인 왕(王)·이(李)·장(張)·류(劉)·진(陳)이 호적 인구의 30.8%(2020년, 공안부 전국 성명 보고, 신화망 전재)입니다. 인구는 한국보다 훨씬 많지만, 상위 다섯 성이 차지하는 몫은 한국이 20%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5,050개 성씨를 다 합쳐도 9만 명

2015년 조사에서 잡힌 성씨는 5,582개입니다. 한자가 있는 성 1,507개, 한자가 없는 성(로마자·기타) 4,075개를 합한 값입니다. 그런데 이 중 1,000명 이상인 성씨는 153개뿐이고, 이들이 인구의 99.8%를 차지합니다.

KOSIS 원자료(성씨·본관별 인구, 5인 이상)를 보면 그림이 더 뚜렷합니다. 5명 이상인 한자 성씨 532개가 인구의 99.82%이고, 나머지 5,050개 성씨는 다 합쳐도 9만 1,107명(0.18%)입니다.

구간성씨 수인구 비중
김·이·박·최·정5개53.7%
그다음 148개 성씨(1,000명↑)148개46.1%(계산)
나머지(주로 소규모·비한자성)5,429개약 0.2%
출처: 통계청 2015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 보도자료. 나머지 칸은 5,582개에서 상위 153개를 뺀 값(계산).

조사마다 방식이 달라 성씨 수의 연도끼리 비교는 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2000년 조사(286개)와 2015년 조사(5,582개)는 20배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정의가 달라진 결과입니다. 2000년은 귀화인을 뺐고, 2015년은 등록자료 전부와 한자 없는 성 4,075개까지 포함했습니다.

같은 김씨, 다른 뿌리 — 본관 1,010개

‘김씨끼리 결혼하지 말라’는 말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습니다. 성이 같아도 본관이 다르면 뿌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씨 안에 본관만 1,010개(2015, 5명 이상 본관 기준)입니다.

성본관 수가장 큰 본관
김1,010개김해 445만 7천 명
이941개전주 263만 2천 명
박488개밀양 310만 4천 명
최431개경주 94만 5천 명
정350개동래 47만 5천 명
출처: KOSIS 성씨·본관별 인구(2015, 5명 이상 본관만).

가장 큰 성씨·본관은 김해 김씨 445만 7천 명(전체의 9.0%). 국민 11명 중 1명이 김해 김씨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 김해 김씨도 김씨 전체(1,069만 명)로 놓고 보면 41.7%(계산)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절반 이상의 김씨는 경주·광산 등 뿌리가 다른 김씨들입니다.

성씨-본관을 하나의 단위로 보면 종류가 확 늘어납니다. 2015년 성씨·본관 조합은 3만 6,744개, 개별 본관 지명은 7,543곳입니다. 상위 20개 성씨·본관이 전체의 46.4%를 차지합니다.

원래는 성이 없던 사람이 절반이었다

지금은 성이 없는 한국인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역사는 정반대였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씨’ 항목은 조선 전기(15~16세기)까지 노비를 비롯한 천민층이 전체 국민의 대략 절반이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성이 없었다고 정리합니다.

성은 조선 후기 300년에 걸쳐 서서히 퍼졌습니다. 1894년 갑오경장으로 신분제가 무너지며 대중화가 빨라졌고, 결정적으로 1909년 민적법(호적을 새로 짜는 법)이 시행되면서 모두가 성과 본을 갖게 법제화되었습니다. 이때 호적 서기나 경찰이 성을 지어 주기도 했고, 노비가 상전의 성을 그대로 따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대구 호적으로 본 신분 뒤집힘

『신편 한국사』 34권(우리역사넷)은 조선시대 대구 호적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합니다. 양반 가구는 168년 만에 9.2% → 70.3%로 늘고, 노비 가구는 37.1% → 1.5%로 사라졌습니다.

물론 이 숫자를 ‘양반 후손이 원래 이렇게 많았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19세기 전반 실제 양반층은 23% 안팎이었고, 하층민이 학생 신분을 사칭한 ‘모칭유학(冒稱幼學)’ 비율이 16~46%로 추정됩니다. 위조된 족보도 많았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족보의 양반 계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지금도 새 한국인이 늘어난다

성씨는 옛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새로운 성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5년까지 귀화 허가는 16만 9,529명(계산). 한 해 평균 1만 명 안팎이 새로운 한국인이 됩니다.

귀화한 사람이 한국식으로 새 성과 본을 만드는 것을 창성창본(創姓創本)이라고 합니다. 법원이 허가하는데, 2026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허가 6,342건(접수 6,281, 처리 6,456, 불허가 20)이 이루어졌습니다. 태국 태(泰)씨, 몽골 김씨, 대마도 윤씨, 독일 이씨 같은 새 본관이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귀화한 해와 창성창본을 낸 해가 다르기 때문에 두 수치를 나란히 나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2025년만 놓고 보면 창성창본 허가(6,342)가 귀화 허가(1만 1,344)의 절반을 넘습니다. 새 성을 만드는 일이 예외적 사건이 아닙니다.

이 데이터를 읽을 때 주의할 점

  • 성씨 수를 연도끼리 비교하지 마세요. 1985년 275, 2000년 286, 2015년 5,582는 조사 방식과 정의가 모두 달라진 값입니다.
  • 본관 수 1,010개(김씨)는 5명 이상인 본관만 센 값입니다. 5명 미만이거나 ‘기타’로 분류된 것은 별도(약 7만 6천 명).
  • 2000년 수치(286개, 김해 김씨 412.5만 등)는 통계청 2003년 발표를 인용한 기사 기준입니다. 원문 PDF는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 중국의 30.8%는 공안부 원문 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어 국영 신화망의 전재를 근거로 합니다.
  • ‘단군의 자손’은 통계로 증명·반증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이 글이 말하는 것은 ‘성씨·본관 통계로 보면 뿌리는 여럿’까지입니다. 유전학 연구는 이 글의 범위 밖입니다.
  •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2007년 한국의 ‘민족적 동질성 강조’에 대해 지적한 문건(CERD/C/KOR/CO/14)은 언론 인용으로만 확인했습니다.

정리 — 뿌리는 여럿, 나라는 하나

성씨·본관 통계는 두 가지 상반되는 사실을 동시에 말해 줍니다. 하나는 엄청난 쏠림입니다. 5,582개 성씨 중 다섯 개가 절반을 넘고, 그 상태가 30년 동안 그대로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 쏠림 뒤에 숨은 다양한 뿌리입니다. 김씨라는 한 성 안에도 본관이 1,010갈래이고, 조선 전기까지 절반가량은 성조차 없었으며, 지금도 매년 1만 명이 새로 한국인이 되고 6천 명이 새 성을 만듭니다. ‘순혈’의 신화가 있을 자리가 크지 않습니다.

개천절은 나라의 시작을 기리는 날입니다. 그 시작을 ‘누구의 자손이냐’로 좁혀 읽으면 통계는 곧바로 반박합니다. 하지만 ‘뿌리는 여럿이지만 지금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 넓혀 읽으면, 5,582개 성씨는 그 자체로 이 나라의 이력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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